글모음(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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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불안 누르는 약물, 잘 쓰면 축포 못 쓰면 오발탄
(6) 교감신경 억제 성분, 프로프라놀롤 베이징 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진종오(오른쪽)와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의 김정수(왼쪽). 한겨레 제공.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남자 50m 권총 결선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선두 다툼을 하던 대한민국의 진종오가 마지막 10번째 발에서 8.2라는 저조한 점수를 얻었다. 응원하던 우리 국민은 1위를 놓치는 것 아닌가 하며 긴장했다. 마침 북한의 김정수가 무려 10.5점을 쏘며 치고 올라왔다. 최종 점수는 진종오 660.4점, 김정수 660.2점으로, 진종오는 간신히 1위 자리를 차지했고 김정수는 안타깝게 2위에 그쳤다. 그래도 남한과 북한 선수가 시상대에 같이 서는 장면은 우리 국민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감동은 오..
2018.05.24 -
[미래과학] 운동선수 운명을 바꾼…“감기약, 조심하세요”
(5) 클렌부테롤과 수도에페드린 이진일 선수가 제12회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남자 800m 경기에서 우승하는 장면. 정부기록사진집 제공. 1994년 6월 17일, 전국 육상경기 선수권대회의 남자 800m 경기에서 한 육상 선수가 1분 44초 14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2년 전부터 800미터에서 금메달을 휩쓸던 선수였으니 1위로 들어오는 것은 당연해 보였지만, 선수와 육상 관계자는 모두 기록에 환호성을 보냈다. 아시아권 선수 최초로 1분 44초대로 진입한 것이었다. 선수의 이름은 이진일. 6월에 세운 기록은 당시 세계 최고기록에 불과 2초 41 모자랐고, 이전 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의 기록보다 0초 57 앞서는 기록이었다. 이후 그의 목표는 히로시마(1994 아시안게임)가 아니라 애틀랜타(1996..
2018.04.27 -
[미래과학] 한약재 마황에 든 ‘논란 약물성분’ 어찌하오리까
(4) 에페드린: 교감신경흥분제로… 다이어트약으로… 1994년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골을 넣은 뒤 포효하는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https://youtu.be/XJ4qF0QkcT4 디에고 마라도나의 긴 축구 인생에서 1993년은 암흑기였다. 당시 에프시(FC) 세비야 소속이던 그는 체중 관리를 하지 못해 그해 그의 경기력은 최저였다. 6월 한 경기 후반전에 교체 당한 그는 화를 참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감독과 논쟁을 벌이다가 감독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소속팀을 떠났다. 세비야 사람들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이미 경기장 밖에서도 문제가 많았던 터였다. 도심에서 시속 200킬로미터 속도로 포르쉐를 몰고, 술집에서 취객들과 시비가 붙고, 운동화를 신고 클럽에 들어가려다가 직원이 제지하자 "지금 누구..
2018.03.29 -
[미래과학] 머리 좋아지는 약물? 정상인엔 ‘득보다 실’ 위험
(3) 데이비스와 애더럴, 그리고 암페타민 크리스 데이비스가 공을 헛치는 장면. 출처: 플리커(Flicker)에서, 케이스 알리슨(Keith Allison) 제공 미국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Chris Davis)에게 2013년은 최고의 해였다. 타율 0.286, 출루율 0.370, 장타율 0.634, 53 홈런, 138 타점의 성적으로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듬해 성적은 같은 선수의 기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하락했다. 타율 0.196, 출루율 0.300, 장타율 0.404, 26 홈런, 72 타점으로 일명 ‘멘도사 라인(규정 타석을 채우고도 2할 언저리에 있는 타자를 지칭)’ 성적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그해 9월 데이비스가 25 경기 출장 ..
2018.03.02 -
[미래과학] IOC 반도핑 정책 촉발한 옌센 사건은 ‘가짜뉴스’
(2) 옌센과 암페타민 옌센이 경기 도중 쓰러지는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https://youtu.be/x7NC-GfVwLU 1960년 8월 올림픽이 열리던 로마는 무척 더웠다. 수은주가 40도 근처를 맴돌았지만, 남자 자전거 100킬로미터 단체시간도로경주(team time trial road race)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덴마크 팀은 선수 한 명이 초반에 기권해 남은 세 명이 힘겹게 경기를 이어나가야 했다. 단체시간도로경주에서 각 팀의 순위는 결승선에 도착한 세 번째 선수의 기록으로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경기 중반 무렵 스물세 살의 크누드 옌센(Knud Jensen)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다른 동료 둘이 휘청거리는 그를 가까스로 붙잡은 뒤 쓰러지지 않도록 옆에서 부축하며 경주를 이어나갔다...
2018.02.03 -
[미래과학] 높이뛰기 전설이 선택한 코카인…마약은 운동능력 높일까
(1) 소토마요르와 코카인 1988년 우리나라 서울에서 제24회 올림픽이 열렸다. 냉전의 영향으로 연달아 반쪽으로 치러진 1980년, 1984년 올림픽과 달리 역대 가장 많은 국가가 참가해 주제가의 가사 대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는’ 장관이 펼쳐졌다. 덕분에 우리 국민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놀라운 경기력을 안방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누렸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열흘 전에 2.43미터를 넘으며 세계 신기록을 세운 높이뛰기 선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Javier Sotomayor)는 아쉽게도 만날 수 없었다. 쿠바가 북한을 따라 올림픽에 불참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해 소토마요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8피트, 즉 2.44미터를 넘어섰다.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면, 일반적인 축구 골대 ..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