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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수술로 경기력이 좋아진 것도 도핑일까
24화 기술 도핑 ⑤ 토미 존 수술 정민태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오른손 투수 중 한 명으로 뽑히는 선수이다. 1999년에는 20승 7패로 다승왕에 오르며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2003년에는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21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정민태의 진가는 정규 시즌이 끝난 뒤에 더 빛을 발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만 115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도합 10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만 2차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17년 동안 마운드에 서며 124승 98패라는 성적을 거둔 정민태지만 프로 경력의 시작은 매우 좋지 못했다. 1992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그는 첫 경기에서 4회를 던지던 중 팔꿈치에서 뜨끔한 기운을 느꼈다. 통..
2020.07.13 -
[미래과학] 장애선수의 의족은 신체인가 경기도구인가
23화 기술 도핑 ④ 의족 스프린터 2012년 8월4일 영국 런던의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남자 400미터 달리기 경주가 시작되었다. 4년 동안 구슬땀을 흘려온 건각(健脚)들 사이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선수 한 명이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그의 이름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ar Pistorius)로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이래 처음으로 육안으로 식별되는 장애를 갖고 육상 경기에 출전한 선수였다.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장애인이 일반인과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쳤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비골 무형성증(fibular fibular hemimelia; 종아리뼈를 이루는 비골이 형성되지 않는 질환)을 갖고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한 살 때 양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어릴 적..
2020.04.21 -
[미래과학] ‘1시간 멀리타기’ 기록을 7km 늘려준 첨단 자전거
22화 기술 도핑 ③ 아워 레코드 논란 에디 메르크스(Eddy Merckx)는 자전거 역사에서 전설적인 선수이다. 1965년 프로 선수로 전향해 1978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525회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3대 도로 일주 대회(그랜드 투어) 종합 우승만으로도 투르 드 프랑스 5회, 지로 디 이탈리아 5회, 부엘타 에스파냐 1회를 기록했다. 그의 별명은 '식인종(The Cannibal)'이었다. 1969년 한 대회에서 팀 동료가 그의 활약을 딸에게 이야기하자, 딸이 의미심장하게 남긴 말에서 별명이 탄생했다. "그 벨기에 아저씨는 아빠에게 부스러기 하나도 안 남겼네요…그 아저씨는 식인종이에요."[1] 메르크스는 1972년 가을 한 시간 동안 가장 멀리 타기에 도전했다. 흔히 뛰어난 자전거 선수임을 입증하는 ..
2020.04.09 -
[미래과학] 기록 경신의 주인공은 선수 아닌 첨단 수영복
베이징 올림픽 남자 200미터 자유형 경기가 끝난 뒤 반신 수영복을 입은 박태환(왼쪽)이 웃으며 전신 수영복을 입은 마이클 펠프스(오른쪽)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장면. 한겨레 제공 2008년 8월17일 정오경 베이징 올림픽의 모든 관심은 남자 4X100미터 혼영(배영-평영-접영-자유형) 계주 결승전이 펼쳐지는 수영 경기장으로 쏠렸다. 이미 일곱 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가 이 종목마저 우승하면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7관왕에 오른 마크 스피츠(Mark Spitz)를 뛰어넘어 8관왕이라는 전입미답의 경지에 오르기 때문이었다. 여덟 번째 금메달로의 길은 쉽지 않았다. 미국 대표팀은 배영에서 간발의 차이로 가장 먼저 들어왔지만 평영에서 일본에 선두를 내줬다. 평영 1..
2020.01.28 -
[미래과학] 수영복은 선수 복장일까, 경기 도구일까
20화 기술 도핑 ① 수영복의 진화-상 호주의 수영 스타 이언 소프(Ian Thorpe)의 수영복(?). 플리커(Flicker)/모튼 린(Morton Lin) 제공 “미래의 수영복은 경기 전에 고무 코팅을 몸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일지 모른다.” - 1974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에서[1] - 수영 선수 최윤희의 별명은 ‘아시아의 인어’였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15세의 나이로 여자 배영 100미터와 200미터, 개인혼영 200미터에서 우승을 거둔 뒤 얻은 별명이었다. 빼어난 실력과 미모를 갖춘 그는 일약 전 국민의 스타로 등극했다. 4년 뒤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는 압박감을 떨쳐내고 1..
2020.01.20 -
[미래과학] 고된 길 피해 지름길로 온다면…인정해야 할까
19화 혈액 도핑 ④ 적혈구생성인자(EPO)를 둘러싼 논란 1991년 5월 미국 에는 ‘원기를 북돋는 약물이 운동 선수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1]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탄생해 시장에 풀린 지 4년밖에 안 된 적혈구생성인자(EPO)가 바로 주인공이었다. 기사는 자전거 경주 선수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던 EPO의 질주에 멈추개(브레이크)를 거는 내용이었다. EPO가 최근 유럽의 프로 자전거 선수 18명의 죽음과 연관될 수 있다는 소식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개된 선수들 중 한 명은 1990년 2월 27세로 숨을 거둔 네덜란드의 요하네스 드레이저(Johannes Draaijer)였다. 직전 해 프랑스 도로일주 자전거 대회(투르 드 프랑스)에서 20위를 거두며 활약했지만, ..
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