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중국편3'

2020. 6. 29. 16:55되새김질

출처 : 교보문고

작년 가을에 나왔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중국편 1, 2를 마무리 짓는 3권이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얼른 구입해 정주행했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이 작년과 미묘하게 달랐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코로나19였다. 작년에는 ‘언젠가 가볼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이었다면, 올해는 ‘과연 갈 수 있을까?’였다. 코로나 19가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독서에도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다니 놀라웠다.

 

3권은 실크로드의 도시들이 주인공이다. 여느 때처럼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지만 짧은 일정 탓인지 여유로운 느낌이 별로 없다. 이전에 책의 호흡과 관련해 1권을 프레스토, 2권을 아다지오로 묘사했는데 3권은 다시 프레스토로 회귀한 느낌이다. 실크로드라는 낭만적 이름과는 다르게 거칠고 척박한 과거 그리고 현재 상황을 알게 되어서 유익했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지를 때 공안에게 몇 차례 검문검색을 심하게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책에서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 민감한 정치적 소재여서 그럴 수도 있고, 답사기라는 책의 성격과 책의 성격과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독자로 하여금 방문과 답사의 꿈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라면 현재 신장 위구르 지역의 엄혹한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배경설명과 언급이 있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p.10

결국 죽음의 사막을 뚫은 것은 돈과 신앙이었다.

-> 실크로드 개척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문장!

 

p.42

‘붉은 수염에 파란 눈’의 누란 사람은 인종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쿠샨왕조에 가까웠고, 그리스 미술과 만난 불교 미술이 누란까지 이렇게 전파된 것이었다.

-> 책의 시작을 잊혀진 도시 누난을 배치한 부분이 흡인력이 있었다. 아시아인듯 아시아 같지 않는 이 지역의 특성을 잘 묘사한다.

 

p.61

답사는 찾아가는 유적지 못지않게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적지가 처한 지리적 환경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 체력도 안 되지만 여행 시 야간 이동을 피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p.108

형체가 남아 있으면 그런 감정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 추상의 매력이자 힘이다.

-> 투르판의 고창고성을 묘사하는 장면. 상상의 힘을 자극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p.137

백제 멸망 후 백제의 후예들이 일본에서 활약한 것은 그런대로 알려져 있으나 고구려의 후예들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 일차적으로는 중국 vs 일본이라는 거리가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내면적으로는 일본에 건너간 백제의 후예들을 강조함으로써 식민지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발로이지 않을까? 여하튼 고선지 장군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겠다.

 

p.149

이슬람교가 중국에서 회교로 불리게 된 것은 회골이라고 불리던 위구르가 믿는 종료로 알려졌기때문이다.

-> 아하! 그렇구나!

 

p.170

우리도 중국을 바라볼 때 중원을 중심으로 했던 왕조만 생각할 것이 아니며 서역과 막북의 유목민족들을 함부로 ‘호’라고 부르며 오랑캐로 대할 일이 아니다.

-> 과거에 읽었던 김성일 장로의 ‘성경으로 여는 세계사’에서는 이런 유목민족들을 하늘을 공경하는 민족으로, 한족은 유일신을 떠난 타락한 민족으로 묘사했다.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원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하자는 저자의 의견에 격하게 동의한다.

 

p.186

여행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경험을 확대시켜주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답사는 인류의 역사와 인문 정신을 가르쳐주고, 도시 여행은 인간 삶의 다양한 면모를 엿보게 하며, 자연 관광은 대자연을 바라보는 시야를 넗혀분다.

-> 아! 여행가고 싶다.

 

p.221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전시장용 타블로 작업에 익숙한 내 눈에는 흙벽과 함께 어우러지는 마티에르 효과가 강한 울림을 주었다.

-> 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 타블로 : 캔버스나 종이에 그린 평면 그림

∙ 마티에르 : 작품 표면의 울퉁불퉁한 질감 자체 혹은 회화 기법, 필치

 

p.271

… 오렐 스타인은 그의 책 <아시아의 가장 안쪽>에서 당나라 군대를 이끈 고구려 장군 고선지의 파미르고원 원정을 알프스산을 넘은 한니발과 나폴레옹의 원정에 필적할 만한 전쟁사의 대위업으로 평했다.

-> 앞서 언급했던 고선지 장군 관련. 한민족으로서 어깨를 한 번 으쓱해도 될 듯싶다.

 

p.312

토건회사를 경영하는 후배 형선이는 이 모래를 손에 쥐러 날려보면서 세상에 공사판에서 쓰는 모래로 이거보다 좋은 건 없을 텐데 이걸 옮기는 물류가 없는 것이 아쉽다며 멋쩍게 웃었다.

-> 얼마 전 읽은 <모래가 만든 세계>에서는 사막의 모래는 너무 입자가 고와 정작 건설 현장에서는 쓸 수 없다고 했는데, 뭐지?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

 

p.380

지적 호기심이 거의 지적 사치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흉 떨림을 듣는 내가 이를 모르고 그냥 지나갈 리 없다.

-> ‘흉 떨림?’ 뭐지? 구굴링해도 나오지 않는다. 저자만의 표현인가? 사투리인가? 궁금하다.

 

p.388

실크로드나 티베트나 차마고도나… 문명의 간섭을 적게 받았고… 모두 삶을 영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연 조건…극복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티베트인은 신앙의 힘으로 버티는 느낌이다…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 사람들은 춤과 음악으로 인생을 위로한다… 차마고도 사람들은… 주어진 생존의 시간에 충실하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일하며 살아갈 뿐이다.

-> 자연 조건의 영향일까? 자연환경의 도전에 응전하는 방법이 다채로움이 신기하다.

 

p.416

파키스탄이라고 하면 역사의 감이 잘 오지 않다라고 거기가 간다라 지역이라고 하면 모두 “아!” 하며 ‘우리나라 삼국시대 불상이 간다라 형식이다’라는 교과서적 지식을 떠올린다.

-> 나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