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피 바칼의 룬샷

2020. 5. 11. 10:43되새김질

출처 : 교보문고

경영 쪽은 문외한이지만 가끔 경영책을 읽는다. 의외로 건질 게 많기 때문이다. 보통은 심리학 관련된 내용들이 많지만 룬샷은 다르다. 무려 물리학 관련 내용을 건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참신한 책이다.

 

룬샷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제안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하지만 전쟁, 의학, 비즈니스의 판을 바꾼 아이디어.

 

기본적인 얼개는 상전이라는 개념이다. 고교 시절 이미 ‘제물포’였던 나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영어가 조금 더 직관적이다. Phase가 transition하는 개념이다. 가장 쉽게 표현하면 물이 얼음이 되는 것도 상전이다.

 

저자는 상전이라는 물리적 개념을 보다 넓은 범위로 확장한다. 오리지널의 개념인 룬샷과 후속작의 개념인 프랜차이즈 역시 상전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둘은 전적으로 구분되는 별개의 상태이지만, 상전이의 경계에서는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역사적 사례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삽입하면서 논리를 전개해 나간다

 

책에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인물과 사례는 다음과 같다.

미국을 설계한 사나이, 버나바 부시
AT&T 기업 문화 혁신가, 시어도어 베일
곰팡이에서 스타틴을 만든 박사, 엔도 아키라
암의 혈관 생성을 차단한 주다 포크먼
항공 업계의 제품형 륜샷 그 자체, 후안 테리 트립
항공 업계의 전략형 룬샷 그 자체, 로버트 로이드 크랜들
눈먼 선지자, 폴라로이드의 창시자인 에드윈 랜드
예술가와 병사를 같이 사랑하게 된 스티브 잡스

 

1장에서는 부시-베일의 법칙을 2장에서는 매직 넘버를 높이는 법을 요약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서양과 동양의 패권의 차이를 룬샷에서 찾은 3장은 흥미롭지만 이 정도의 논리 확대는 추후 더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p.24
골드워서 교수는 이 단백질(EPO)을 암젠의 경쟁사인 바이오젠이 아니라, 암젠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바이오젠의 CEO가 어느 저녁 식사비 지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 저녁을 잘 사야하는 이유?
저자의 주장 대로 성공 신화를 retrospective하게 접근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문화보다 구조가 중요함을 잘 보여주는 예.

 

p.57
상전이의 경계에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을 상분리라고 한다. 얼음과 물의 상태는 서로 나눠지면서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어느 쪽 상태도 압도적이지 않은 이 순환관계를 동적평형이라고 부른다.
-> 이 책의 핵심 개념이다. 상분리(두 그룹)만 강하면 함정에, 동적평형(지속적 교환)만 강하면 혼돈에 이르게 된다. 상분리와 동적평형이 잘 이뤄지는 상태를 저자는 ‘부시-베일 균형’으로 부른다.

 

p.128
'제품‘ 측면에서 놀라운 돌파구(최종적으로 스리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이 무시했던 기술)가 마련되는 것을 제품형 룬샷이라고 부르기로 하자...’전략‘ 측면에서의 놀라운 돌파구(새로운 기술의 개입 없이 사업을 하는 방식 혹은 기존 제품의 새로운 활용)는 전략형 룻샷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 제품으로는 어느 순간 한계가 분명히 발생한다. 그렇다면 전략으로 승부해야하는데, 환자들에게 하는 강의를 이 부분에 적용할 수 있을까?

 

p.151
확률적인 어려움과 대중의 반대, 국가적 재난의 위협에 맞닥뜨렸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당연히 뉴욕 공립도서관이다.
->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찾을 때 인터넷만 뒤지는 습관을 탈피해야 한다!

 

P.247
(스티브)잡스는 실패의 터널을 통과하며 다른 형태의 리더 모델을 알게 됐고, 룬샷을 육성하고 프랜차이즈를 키우면서도 둘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 애플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는 훗날 복귀한 뒤 조니 아이브같은 예술가와 팀 쿡 같은 병사를 똑같이 사랑하는 법을 터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구나.


p.298 & 309
브로드벤트와 해머슬리는 방독면 문제와 상불 문제의 답이 모두 상전이로 설명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와츠와 스트로개츠는 주로 국지적으로 연결되지만 종종 멀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을 작은 세상 네트워크라고 불렀다.
-> 침투 이론과 작은 세상 네트워크, 알아두자. 정신과 영역에 적용되는 부분은 없을까?

 

p.359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나온 똘기 가득한 프로젝트 가운데는 실제로 자금 지원을 받았으나 실패한 사례도 많다.
-> 달파(DARPA)! 미국에서 만났던 연구자들이 달파에서 펀드를 따내고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똘기도 밀어주고, 실패도 품어주는 곳. 미국의 진정한 힘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p.404
케플러는 “오직 인간의 마음에만 있고 자연은 받아들이기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것” 즉 ‘원운동 가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 급진적으로 과거와 이별한 케플러의 모습은 300년 뒤 에테르라는 오래된 개념을 거부한 아인슈타인과 맞닿아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p.430
임계질량은 중요한 요소였다. 수천 년간 유지되어온 독단적 교리를 깨기 위해서는 하나가 아니라 줄줄이 엮인 수많은 룬샷이 필요했다.
-> 상전이와 동적평형 외에 임계 질량까지 더해지면서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고 세계를 제패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나중에 관련된 책을 더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