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책

2020. 2. 14. 17:07되새김질

사진 출처 : 교보문고

 

저자 : 키스 휴스턴

 

일단 표지가 이쁘다. 눈에 띄는 선홍색 책등과 날 것 느낌의 앞뒷표지, 하얀 글씨로 쓰인 책 이름과 검은 글씨로 노출시킨 책 아웃라인이 인상적이다. 책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책다운 표지다. 본문도 비슷하다. 빨간 색으로 장식 문양과 각주 등을 표시하면서 뭐랄까 책이면서 동시에 공산품 느낌을 자아낸다. 하긴 원서 제목 자체가 ‘The Book' 아니던가.

내용은 책 제작에 필요한 네 분야, 즉 종이, 글쓰기 및 인쇄술, 삽화 및 인쇄술, 형태(제본, 장정, 판형)를 다루고 있다. 각 분야의 여명부터 현대의 모습까지를 기술의 발달에 바탕을 을 두고 차곡차곡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양만 놓고 따지면 과거의 책이나 현재의 책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발전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첨단 기술이 도입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니콜라스 바스베인스의 ‘종이의 역사’와 같이 묶어서 기억해 놓으면 좋을 책 같다.

 

책의 역사를 살피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영어 단어의 어원을 알게 된 것도 의도하지 않은 소득인 듯싶다.

 

p.70
간책이라 부르던 대나무 두루마리 덕분에 한문을 쓸 때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가는 방식이 발달한 게 아닌가 싶다.
-> 글쓰기의 방향과 종이(책)의 특성이 관련되다니!

 

p.72 &84
종이 이야기는 대나무, 비단, 예술, 음모의 세계에서 시작된다. 75년, 채륜이라는 환관이 황실에 들어왔다...채륜이 종이 제작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했든 간에, 그의 이름은 이 공예품과 늘 붙어다닌다.
-> 종이 발명가 정도로 알았는데 사실 환관이었고, 대단히 정치적이었으며, 정말 발명했다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잘 포장한 것에 가깝다. 홍보의 중요성?

 

p.146
이집트어 기호와 셈어 소리의 결합은 설형문자의 종말을 알리는 전조였다.
-> 많은 학문들은 고고학에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 언어학도 마찬가지인듯.

 

p.183
인쇄공들은 대문자를 한 상자에 모아두되 사용 빈도에 따라 정리했고, 소문자는 그 아래 상자에 정리해두었다. 소문자를 일컫는 ‘lowercase letters'라는 명칭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p.205
실패를 거듭하는 이 발명가에서 돈을 대다가 씁쓸함만 키운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새뮤얼 클레맨스였다.
-> 마크 트웨인이 필명이었구나.

 

p.228
그리고 몇 년 안에 홀러리스는 ‘컴퓨터 사용’과 동의어가 될 거대한 기업 왕국을 세웠다. 국제사무기기회사, 바로 IBM이다. 기계를 두고 펼쳐졌던 라이노타이프와 모노타이프의 드라마를 대체한 주인공이 허먼 홀러리스의 도표 작성 장치였고, 그 후손이 오늘날의 퍼스널 컴퓨터다.
-> 인쇄 기계에서 컴퓨터가 탄생했다. 발달과 진화는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p.255
선홍색으로 그림을 그리던 삽화가들은 ‘붉은색을 칠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miniator‘로 불렸고, 그들이 그린 삽화, 다시 말해 책에 그린 ’작은‘ 그림은 ’miniature‘가 되었다.

 

p.311
19세기 초엽에는 향후 영어권에서 가장 유명해질, 삽화가 들어있는 책이 제작되었다. 존 제임스 오듀본이 쓴 전설적인 책 <미국의 새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삽화/인쇄 기술의 발달이 아니었다면 이 아름다운 책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p. 357
뮤즈의 신전으로 출발한 무세이온(무세이온의 후손들을 우리는 'museum'이라고 부른다)에서는 자연계와 그 위에 있는 천상계를 연구했다.

 

p. 359
'처음‘을 뜻하는 ’proto'와 ‘풀’을 뜻하는 ‘kolla'를 합쳐 만든 비공식 조어였던 그리스어 ’protokollon'은 시간이 흘러 ‘외교 의례’ 또는 ‘의정서’를 뜻하는 영어 단어 protocol이 되었다.

 

p.364
전자 문서를 ‘스크롤scroll'하는 행위는 두루마리scroll를 훑어보던 고대 경험과의 유사점 때문에 ’스크롤링‘이라고 명명했고, 우리는 이렇게 달라진 독서 경험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 아이패드가 다루기 쉬운 이유가 있었어!

 

p.412
결국, 카를 구스타프 융이 설립한 정신분석학회인 취리히 융 연구소에서 1952년 이 코덱스를 인수했다. 회원들은 이 책에 담긴 심원한 내용이 심리적 원형에 관한 융의 이론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 모처럼 책에서 정신과 의사가 나오길래 저장.

 

p.442
책이 직사각형이 이유는 소와 염소, 양의 가죽이 직사각형이었기 때문이다.
-> 아하!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p.452
우리가 ‘로마체roman’라고 부르는 서체(로마인을 의미하는 ‘Roman'과 구분하기 위해 대문자 R 대신 소문자 r을 쓴다)에는 로마제국의 서체와 카롤링거 왕조의 서체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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