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2020. 2. 20. 20:34되새김질

사진 출처 : 교보문고

지은이 :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얼마 전에 읽었던 ‘평균의 종말’ 저자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평균에 기반을 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이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다크호스’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평균적이지 않은 방법으로도 성공에 이르는 방법과 원리, 나아가 정책적 제안까지 하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다크호스들의 사고방식으로 네 종류 - 미시적 동기 깨닫기, 선택 분간하기, 전략 알기, 목적지 무시하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전작에서 자신의 경험담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된다. 후반부에서는 평균주의에 바탕을 둔 현 시대를 비판하고, 다크호스 계약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사회에 적용하자 주장한다.

 

전작처럼 개인적으로도 적용할 부분은 많이 있었고,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지만, 사회에 적용하는 차원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중간중간 있었다. 특히 평균주의에 기반을 둔 인재 채용 시스템을 천동설에 비교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해결책을 프톨레마이우스가 도입한 동시심에 빗대애 ‘인재 동시심’이라 부르면서 다크호스가 바로 지동설이라 설파하는 내용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두 개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인가? 저자는 그렇다지만, 글쎄, 그러기에는 아직 다크호스의 evidence가 더 필요해 보인다.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서반구 세계에 157명에 밖에 안 되는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이었다. 전략이 다들 달랐다. 몸으로 기억하기, 철학적 전략, 마음가짐 바꾸기, 시각화 전략 등등 일직선의 경로는 없고, 성취감을 좇으며 개개인성을 잘 활용했다. 의사가 되는 과정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는 그렇긴 한데...글쎄 의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는 다크호스가 달릴 수 있을까? 책 중간에 수잔 로저스라는 유명 프로듀서가 41세에 뇌과학을 배우고자 지원 마감일이 몇 달 지나서 미네소타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다. 접수처 직원은 심드렁했지만, 입학처장은 그의 경력을 읽고 학부 입학을 허락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랬다가는 사회면에 바로 ‘부정 입학’ 기사가 떴을 것이다. 찍어낸 붕어빵끼리 ‘존버’하는 우리 사회, 특히 교육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책 읽는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p.17
다크호스는 1831년에 소설 [젊은 공작]의 출간 이후부터 보편화된 말이다. 영구에서 출간된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다가 ‘전혀 예상도 못했던(dark; 잘 알려지지 않은)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 돈을 잃는 대목이 나온다.
-> 표준적 개념에 따른 승자와 거리가 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뜻하는 다크호스를 제목으로 잘 정한 것 같다.

 

p.35
개개인성을 활용해 충족감을 추구하며 우수성을 획득한다.
-> 두 가지를 동시에 얻으려 하는 것이 핵심이다.

 

p.83
안된 이야기지만 동기라는 풍경은 생각보다 둘러보기 어렵다. 표준화 계약이 자꾸만 모래를 걷어차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 좋은 표현

 

p.112
열정 좇기에는 별 노력이 들지 않는다. 반면에 열정 설계에는 더 많은 생각과 관심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열정 설계는 힘든 일이지만 그 이점은 막대하다.
-> 다크호스가 될지 돈키호테가 될지 나누는 부분같다.

 

p.128
...적당한 서식지를 찾아 탐색하는 송골매와 같아진다. 당신은 히말라야 산맥 지대에 잘 맞을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에 잘 맞을 수도 있다. 어쩌면 양쪽 다 잘 맞을 수도 있다.
-> 선택을 분간하기 위해서는 실제 부딪혀봐야 한다.

 

p.150
발전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순간 충족감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간다. 구불구불 굽은 경로에는 종착지가 없다. 진정성의 느낌을 키워줄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순간, 안락함을 잃는 것보다 더 심각한 손실의 위험에 놓인다.
-> 내 경우에는 글 쓰기가 그렇지 않을까?

 

p.176
동기들이 확실한 지침을 주는 것과 달리, 장점은 파악하기 어렵고, 맥락적이며, 역동적이다.
-> 장점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해봐야 하고,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변동이 가능한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p.180
실패는 우수성을 키우는 과정에서 필수요소이다. 아니, 어쩌면 그 과정을 한마디로 규정짓는 요소일수도 있다.
-> 실패를 두려워야하지 말자. 3할만 쳐도 수위타자가 될 수 있다.

 

p.219
자신의 속도에 맞춰 독자적인 선택을 내리면서 상대적 시간을 포용하면 이제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 나이와 학년으로 대학에 갈 때까지,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나이에 따라 ‘다움’을 강요받으며 톱니바퀴처럼 무덤까지 작동하는 우리네 삶에 작은 경종을 울린다.

 

p.229
다크호스들은 목적지는 무시해도 목표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는 목적지와 목표가 명확히 다른 개념이다.
->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p.263
결국 어떤 사람으로 양성시키느냐 보다는 어떤 사람을 들어오게 하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 우리나라 대학 입시가 딱 그렇다. 좋은 자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 성적이 90점과 89점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크겠는가 생각해보면 어떻게 양성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