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 8집 '꿈의 바다'

2020. 2. 21. 16:16관심사

출처 : 갓피플

작년 겨울에 시와 그림 8집이 나왔다. 미루다가 이제야 리뷰를. 시와 그림은 2000년에 데뷔했는데 그 때는 혼성 그룹이었다. 당시는 아직 CCM 시장이 격전지여서 시와 그림 1집은 조용히 묻혔다.......가 1년 뒤 소위 챠트 역주행이 시작되었다. 바로 ‘항해자’라는 노래 때문이었다.

 

 

주 나를 놓지 마소서 이 깊고 넓은 바다에 홀로

내 삶의 항해의 끝이 되시는 주님이시여

한 의지합니다 날 포기하지 마소서 나 잠시 나를 의지하여도

내 삶의 항해의 방향을 잡아 주시옵소서

이 깊은 바다에 날 홀로 버려두지 마소서

 

 

뭐랄까 직설적이고 덤비는(?)듯 한 거친 가사가 인상적이었고, 따라 부르기 힘들었지만 들을 때면 위로가 되었다. 한 번 정제된 언어로 나름 있어보이게 표현하는 소그룹 모임에서의 나눔과는 다르게 거칠게 한탄하듯, 화내듯 소리치는 골방에서의 기도와 같은 느낌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 것 같다.

 

이후에도 시와 그림은 꾸준히 음반을 낸다. 그리고 팀은 노래를 만드는 조영준과 노래를 부르는 김정석, 이렇게 두 명으로 개편된다.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는 작곡자와 신학을 전공한 가수의 조합이었지만 이후 시와 그림은 8개의 정규 음반과 1개의 예배(워십) 음반을 내며 소위 ‘히트곡 제조기로’ 통한다. 그 중에는 많은 교회에서 예배 전 자주 부르는 ‘임재’가 있다.

 

 

하늘의 문을 여소서 이곳을 주목하소서

주를 향한 노래가 꺼지지 않으니 하늘을 열고 보소서

이곳에 임재하소서 주님을 기다립니다

기도의 향기가 하늘에 닿으니 주여 임재하여 주소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 임재(臨在)라는 말이 교회 안에서는 너무 친숙한 단어이지만, 교회 밖에서는 너무 생소한 전문 용어이다. 영어로는 presence니 그냥 나타남으로 해도 될 것 같은데, 뭔가 그러면 어색하고 심지어 불순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뭔가 좋은 다른 표현은 없을까?

 

시와 그림의 노래는 부드럽고 평화로운 가사의 노래와 당당하게 선포하는 노래가 조화롭게 섞여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더 좋아한다. 곡을 듣다보면 무거운 패배 의식이 어느새 사라지는 위로를 얻게 된다. 대표적인 곡으로 ‘이제 역전되리라’가 있다.

 

 

너 기도를 멈추지 마라

내가 너의 그 모든 상황을 바로 역전시키리니

너 기도를 멈추지 마라

내가 잠시도 쉬지 않고 모든 걸 지켜보고 있으니

바로 역전되리라

 

 

역시나 서론이 길었다. 시와 그림 8집 역시 기존의 작곡가와 가수가 기존의 흐름대로 만든 음반이다. ‘기존의’라는 단어를 반복하다보면 상투성이 걱정될 수 있는데 막상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타이틀 곡은 ‘꿈의 바다’인데 아가서를 연상시키는 달콤한 사랑 고백의 가사이다. 반면 두 번째 곡 ‘돌 문을 열고 나오라’는 힘차게 용기를 북돋는 가사이다. 여전히 따라 부르기에 높긴 하다. -_-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3년 전 시와 그림은 키를 낮춰 편하게 부르도록 여러 곡을 추려 ‘구합니다’라는 예배 음반을 발표했다. 많은 교회에서 시와 그림의 노래가 불려졌으면 좋겠고, 시와 그림 두 분이 오래오래 사역을 감당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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