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2019. 12. 3. 16:11되새김질

지은이 : 토드 로즈
사진 출처 : 교보문고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평균적인 교육과 수련을 마친 사람으로서, 평균보다는 늘 앞서고 싶었던 생각이 큰 사람으로서 도전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아울러 다른 어떤 과보다도 안성맞춤 개별 접근을 해야 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킬 내용이 많았다. 아울러 나또한 환자들 대할 때 평균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게 되었다.

 

평균에 대한 의존으로 발생하는 일차원적 사고, 본질주의적 사고, 규범적 사고라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뒤 실제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 논리적 구조이고 꽤 많은 학술적인 내용이 등장하지만 중간중간 저자가 실제로 겪었던 바를 섞고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잘 읽힌다.

 

p.43
(마이클 밀러)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마땅하지만 굳이 시도하는 사람이 드물었던 행동에 착수했다... 각 참가자의 뇌는 평균적 뇌와 달랐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 서로 간에도 모두가 달랐다.
-> 뇌영상 자료를 분석해 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해 보이는 것에 의문을 품고 새롭게 접근한 밀러 교수는 대단하다.

 

p.63
...사회의 거의 모든 일원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2가지 가정을 꼽을 만하다. 바로 (아돌프)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개념과 (프랜시스)골턴의 계층 개념이다.
-> 평균을 내기 위해서는 자료의 전방위적 수집이 필요한데, 자료가 축적되면 hierachy 를 나누기 용이하게 된다.

 

p.77
표준화된 시스템에서는 개개인성이 무시되며 이는 (프렏더릭 윈슬로)테일러가 의도했던 것이다.
->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p.89
(에드워드)손다이크에게는 학교의 목표가 모든 학생을 똑같은 수준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타고난 재능 수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었다.
->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식한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진행형.

 

p.100
(피터)몰레나는 평균주의의 치명적 결함이 개개인성을 무시한 채로 개개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모순된 가정에서 기인함을 깨닫고, 이 오류에 ‘에르고딕 스위치’라는 명칭을 붙였다.
-> 에르고딕 개념은 쉽지는 않지만, 기체의 작용을 연구하던 1800년대 말을 떠 올리면 그나마 쉽게 이해가 간다. 얼마전 읽었던 샘 킨의 Caesar's last breath와 연결.

 

p.137
재능에 대한 일차원적 견해에 따라 직원을 선발할 경우 개개인에 대해 틀린 판단을 내릴 여지가 있긴 해도 평균적으로 따질 대 무작위로 직원을 선발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테니 말이다.
-> 개개인보다 시스템을 선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

 

p.158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평균적 경향이나 ‘본질적 기질’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해서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보다는 그 사람의 맥갈에 따른 행동 특징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 personality features로 모든 사람을 이해하지 않도록 주의 필요.

 

p.176
점성가들은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이 점을 간파해냈고, 별점이 곧잘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덕분이다. 점성가가 레오스에 대해 때때로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라고 알려준다고 치자. 글쎄, 우리 모두는 때때로 수줍음을 탄다. 저마다 맥락에 따라 수줍음을 타는 경우가 다를 뿐이다.
-> 학생 때 personality에 대해 배울 때 나는 다 해당되는 것같은 생각이 들린 것도 이 때문.

 

p.189
(인지 치료의)평균적 회복 경로가 최적의 경로라거나 ‘정상적’ 경로라고 볼만한 근거는 전혀 없었다.
-> 사실 정신과의 최대 장점이 개개인 접근하는 것인데, CBT는 매뉴얼을 따르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p.204
익숙한 이정표에 의존할 수 없다면 무엇에 의지해서 행동할 수 있을까?...우리의 들쭉날쭉한 측면화 상황 맥락별 기질을 감안할 때 경로의 원칙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의지처이다.
-> 개개인으로 접근할 때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데 자유에 수반되는 불안으로 인해 다시 집단주의로 돌아가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연상되는 부분.

 

p.244
우리의 평규주의 고등교육 시스템이 안겨주는 보장은 점점 낮아지는 중인 반면 고등교육 시스템이 부과하는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 경제적 측면에서도 평등주의 교육을 지양할 이유가 됨. 속된 말로 수지타산이 안 맞음.

 

p.247
교육적 성취도의 기본단위로서 이런 학위를 대체할 논리적 대안이 있다. 바로 자격증이다.
-> 4년제 학위 없이 자격증을 따는 것은 매우 실용적인 접근임은 분명하다. 의대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과는 어떻게 봐야하나? 대부분 임상의사를 걷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 의전원 제도는 실패로 귀결되었는데, 예과도 자격증으로 접근하면 그나마 의사들에게 없는 인문적 소양은 아예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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