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맥팔레인의 '언더랜드'
전에 일했던 병원은 특이하게 지하 1층에 진료실이 있었다. 더 특이한 것은 1층은 고기집이었다. 그리고 2층부터 5층까지 병동이 있었다. 내 방은 가장 구석에 자리잡고 있고, 당연히(?) 창문도 없어서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바깥에 비가 오는지, 차가 밀리는지, 소방차가 지나가는지, 터진 쓰레기 봉투에서 냄새가 올라오는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다. 드래곤볼에 나온 정신과 시간의 방 같은 곳이었다. 로버트 맥팔레인이 쓴 ‘언더랜드’는 특이한 책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장르를 정의하기 힘들다. 자연과학? 철학? 역사? 탐험? 여행? 환경? 에세이? 그렇다. 발 밑이라는 가까운 공간이지만 어두움으로 가득해 보이지 않는 언더랜드를 지은이가 여러 방향으로 다양하게 그리고 설명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아무 것도..
202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