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기의 다시, 새롭게 부르는 최덕신

2019. 12. 30. 09:33Trends

얼마 전 눈에 띄는 CCM 음반이 나왔다. ‘소망의 바다’ 출신 민호기 목사의 <다시, 새롭게 부르는 최덕신>이다. 최덕신의 곡을 새롭게 편곡한 일종의 리메이크 음반이다. 일단 최덕신이라는 이름 만으로 반가웠다. 그의 곡을 못 본지 정말 오래이지 않던가. 가장 근래에는 작곡가 신상우가 세상을 떠난 뒤 추모곡으로 만든 합창곡 ‘아버지 품으로’가 있었지만, 그의 음악을 자주 접하기 힘든 점은 늘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민호기의 음반은 반가웠다. 2000년 초반 최덕신 가정 내의 문제로 ‘주찬양 선교단’의 활동이 전면 중지되면서 ‘그 이름’은 한국 교회에서 금기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불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중학교 때부터 최덕신의 음악을 들어왔고, 주찬양 선교단 음반뿐만 아니라 그가 작곡자로, 제작자로, 가수로 참여한 음반까지 다 갖고 있던 나 역시 같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성경 속 다윗이 부른 시편은 우리가 읽을 수도, 부를 수도 없게 된다. 인간 최덕신의 실수와는 별도로 그의 곡에는 성령의 역사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도 그가 다시 사역을 재개했을 때에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그의 실수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공개하고, 고백하고, 어떻게 사과하고, 회개해야 했을까? 시간이 지난 뒤 그가 외도했던 여성과 재혼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갔다.

 

나 역시 그랬다. 그의 곡을 다시 부르는 것에는 자유로웠지만, 재혼 소식으로 인해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몇 년 전 최덕신은 ‘나는 은혜로만 사는 자입니다’라는 책을 냈다.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공개하고 싶지만 공개할 수 없는 어려움이 행간 곳곳에서 느껴졌다. 재혼도 이해가 되었다. 그랬다. 사실 나는 내 안의 어두움을 그에게 투사하며 돌을 던져왔던 것이지 않을까?

 

이번 민호기의 음반은 그렇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전히 현실은 최덕신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언급하기 어렵지만 최덕신의 이름을 논하지 않고서는 한국 CCM을 논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찬양 선교단 음반에 비하면 음질은 너무 좋고, 연주도 훨씬 세련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맞는 편은 아니다. 내가 워낙에 클래시컬한 편곡을 좋아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 나가던 10대 시절을 관통했던 음악이기에 나이 들며 자연스럽게 떨어져나간 정체성의 조각이 있지 않나 하면서 열심히 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