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 6집

2019. 11. 1. 15:21관심사

김수지 6집이 나왔다.

 

김수지 1집은 내가 고 3일 때 나왔다. 1집 타이틀곡 <영원한 사랑>을 라디오에서 듣고 너무 좋아서 집 근처 ‘영광 기독교 백화점’에 갔더니, 하얀 배경으로 맨발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김수지 1집 ‘테이프’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음반은 당시 CCM이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기획과 연주가 어우러진 수작이었다. 물론 김수지의 작사/작곡/노래 솜씨도 뛰어났지만 편곡, 연주, 제작까지 일반 가요에 뒤떨어지는 않는 빼어난 음반이었다. 매력적인 음색의 강서정 1집 <그 날에 우리 알게되리>와 김수지 1집이 없었다면 힘든 고3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후 1997년과 2000년에 발매된 2집과 3집 역시 크게 인기를 구가했다. 2집의 <행복>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3집 <이 시간 너의 맘 속에>는 그야말로 ‘메가톤급’ 인기를 얻었다. 물론 노랑색과 파랑색을 바탕으로 한 음반 표지와 화사한 외모도 인기몰이에 한 몫을 했다(오해하지 않길, 개인적으로 김수지는 오히려 외모 때문에 음악성과 가사의 깊이가 묻힌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나온 4집과 5집은 전작들에 비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대표곡의 부재도 이유였겠지만, 당시 기독교 음악계는 CCM에서 워십으로 전환되는 시기였고, 가요 시장처럼 묶음(컴필레이션) 음반이 등장하고, 온라인 음악이 본격화 되는 등 시장의 변동이 많았던 때였다. 이미 시장의 흐름이 바뀐 시기에 나온 여타의 CCM 음반들과 비슷한 길을 가야했다(외국의 흐름도 비슷한 것 같다. 마이클 W. 스미스 역시 요즘은 예배 인도자로 위치를 바꾼 듯 하다).

 

서론이 길었다. 그리고 15년 만에 김수지 6집 <나뭇가지>가 나왔다. 사실 내가 음악성을 논할 위치의 사람도 아니고, 그냥 팬 한 사람으로서 먼저 눈에 띈 것은 음반 표지였다. 4집에서 얼굴을 손으로 가리더니, 5집에서는 멀리서 찍어 얼굴이 작게 나오고, 6집은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작은 사진이 사용되었다(아직 아름다우신데 왜 얼굴을 점점 가리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일까?).

 

예전 음반들처럼 전부 김수지가 작사, 작곡을 했고, 영혼의 동반자(a.k.a 남편) 곽상엽이 제작에 참여했다. 대표곡은 ‘나뭇가지’인데, 가사가 도전이 된다. 개인적인 삶의 고백이 말씀으로 확대 적용되어가는 과정이 천천히 그려진다. 매력적인 음색은 여전하지만, 처음 들었을 때에는 비음이 예전보다 도드라졌는데, 원인이 내 귀인지, 스피커인지, 녹음인지, 김수지의 목소리가 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곡들도 이전의 곡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김수지의 음색은 역설적이게도 빠른 노래보다 느린 노래에서 더 편안하게 들린다. 예를 들면 마지막 곡인 ‘3일의 약속’이 그렇다. 그리고 다른 인상적인 곡은 ‘아빠의 노래’이다. 앞부분은 게스트 싱어 ‘김윤복’이 부르는데 정말 부친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부친이 아니라면 또 어떤가. 부녀가 같이 신앙을 고백하는 가사가 참 아름다웠다. 나도 나중에 아들과 노래를…

 

마지막으로 음반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 하나. 시대가 바뀌긴 했나 보다. 유튜브에 6집 전곡이 다 올라와 있다. 이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김수지 본인 혹은 발매사의 채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음반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전곡이 이렇게 공개되는 것은 여러 번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안 그래도 CCM 시장 완전히 찌그러진 상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