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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어렸을 때의 기억은 언제부터 사라질까
어릴 적 전북 군산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다. 당시 집 근처에는 야구 명문 군산상고가 있었고, 네 살이던 나는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즐겨 봤다. 아니 정확히는 그랬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시는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게는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 단지 상상하며 마음에 그려볼 뿐이지 사실 그 때의 기억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반갑게도(?) 사람들은 어릴 적 일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 한다. 이처럼 아동기 초기의 기억이 없는 것을 ‘아동기 기억상실’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아이들은 이 시기에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는 점이다. 부모라면 한 번쯤 ‘우리 아이가 혹시 영재 아닐까?’라고 고민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어린이의 기억력은 탁월하다. 아동기 기억에 관한..
2016.12.26 -
[사이언스온] 인간 같은 로봇, 로봇 같은 인간
[24] 섬뜩함의 계곡, 언캐니 밸리 » 로봇들의 다양한 얼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출처/ 주[1] 코흘리개 시절이던 1984년, 우리 또래들의 관심사는 단연 당시 개봉한 만화영화 였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하며 주제가를 수도 없이 흥얼거리고, 놀이터의 정글짐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면서 주인공 훈이처럼 날라차기를 하고, 태권 브이와 마징가제트가 붙으면 누가 이길지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곤 했다. [ 1984년에 개봉한 , 그 주제가 ] 나름대로는 무거운 주제를 전하던 이 영화에서 중간중간 분위기를 반전시키던 주인공은 바로 ‘깡통로봇’이었다. 우리편이지만 조금 무섭게 생긴 태권 브이에 비해 주전자를 뒤집어 쓴 깡통로봇은 쉽게 친근함을 자아냈다. 덕분에 차가운 금속으로 이뤄진 로봇이..
2016.12.26 -
[사이언스온] 아인슈타인의 뇌 -②
[23] 아인슈타인의 뇌 ②: 사람들은 흔히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일반인의 뇌(좌측)와 아인슈타인의 뇌(우측)를 비교한 그림. 빨간선이 후중심선, 녹색선이 실비우스열을 나타낸다. 출처/각주 [3] 아인슈타인 뇌의 여행 -3 하비는 1995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샌드라 위틀슨(Sandra Witelson) 교수에게 손으로 쓴 팩스 한 장을 보낸다.[1] 내용은 간단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하고 싶나요?” 위틀슨 교수가 비록 아인슈타인의 뇌를 요청한 적은 없었지만, 매력적인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 역시 하비에게 짧은 답장을 팩스로 보냈다. “네.” 하비가 아인슈타인의 뇌에 관심을 보인 여러 학자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위틀슨 교수에게 연락했던 이유는 그의 ‘뇌 은행(brain ..
2016.12.26 -
[사이언스온] 아인슈타인의 뇌 -①
[22] 아인슈타인의 뇌 ①- 과학자의 주관과 과학의 객관성 » 무터 박물관에서 상설 전시 중인 아인슈타인 뇌의 얇은 조각들. 출처/무터 박물관 누리집 나는 20대 초반까지 내 머리가 좋은 줄 알았다. 비록 한 차례의 대입 실패를 겪고 우여곡절 끝에 의대에 입학했고 예과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한 번 마음 먹으면 과 수석도 우스운 일이야’라는 생각이 늘 똬리를 틀고 있었다. 하지만 본과에 진학한 뒤에도 내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마음 속 호언장담과 달리 현실은 재시와 유급을 걱정해야 하는 일명 ‘저공 비행’이었다. 속상했던 점은 ‘공감각’까지 동원해 외운 내용들[1]이 정작 시험 볼 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거듭된 실패에 하늘을 찌를 듯했던 자신감은 ..
2016.12.26 -
[과학향기] 콩닥콩닥, 두근두근, 불안장애 징조?!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인 내게 질문을 많이 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아 확인하기가 어려운 정신 질환의 특성 때문일까. 재미있는 사실은 철마다 바뀌는 옷차림처럼 사람들의 궁금증도 유행(?)을 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저도 불안장애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방송인 정형돈이 불안장애로 인해 모든 활동을 중단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불안장애는 명칭 그대로 불안으로 인한 장애다. 이로 인해 불안도 종종 병적인 것으로 오인되곤 한다. 하지만 불안은 친숙하지 않거나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해 나타나는 인간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조마조마한 마음에 엄마 손을 꼭 잡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불안은 우리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수능 시험이 다가오면서 발생한 불안은 더..
2016.12.23 -
[사이언스온]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뷰는 어디에서 오는가
[21] 데자뷰(Déjà Vu) » 과거의 경험을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현재에 경험하는 것을 프랑스어로 ‘데자뷰(Déjà Vu)라 한다.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데칼코마니’. 출처/WikiArt 20대 후반에 로마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던 오후 포로 로마노를 뒤로 하고 콜로세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발치에서도 눈에 띄는 위풍당당한 자태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빨리 안을 보고 싶은 마음에 허둥지둥 계단을 오르자 콜로세움의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주변 사람들의 환호성과 감탄사가 들려오는 순간, 기묘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전혀 낯설지가 않아. 전에 여기 와본 것 같은데.’ 내 평생 이번이 로마를 처음 방문한 것이었는데, 이상했다. 잠시 멍하게 서 있던 나를 다른 관광..
2016.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