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4. 14:52ㆍ되새김질

저자 : 애덤 알터
사진 출처 : 교보문고
DSM-5에서 처음 등장한 행위 중독과 관련한 흥미로운 책이다. 서두에서는 행위 중독의 특성을, 본론에서는 행위 중독의 종류를, 결론에서는 행위 중독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인 흐름은 앞부분은 오~ 하다가 중간부터 음… 하다가 가끔 헐~ 이런 감탄사가 나왔다.
대표적인 내용이 '온라인 관계가 뇌를 죽인다'라는 소챕터이다. 인터넷 중독 센터 운영자가 "기억하세요, 싱싱한 오이 같은 여러분의 뇌가 절여져 오이지가 되면 절대 오이지로 원상 복구되지 않습니다."라고 되뇌는 주문을 소개한 뒤 안과 의사 출신 신경과학자가 아기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한 약시(amblyopia)연구를 언급하며 인터넷에 의존해 자란 아이들이 일종의 정서적 약시 증상을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한 다음 밀레니얼 세대가 성인이 되면 오이 상태였던 뇌가 사회성을 발달시키지 못해 오이지처럼 절여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맺는다. 구체적인 에비던스 없이 이렇게 글을 전개해도 되는 걸까? 공포 마케팅이란 생각 밖에 안 든다.
대중서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자세한 분류를 통해 평소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부분을 한 번 되돌아보는 정도에서라면 나쁘지 않을 책인 것 같다. 저자의 전공답게 행동심리학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p.31
이처럼 스마트폰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 존재 자체가 관계 형성에 지장을 준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상대 너머의 세상을 자꾸 상기시켜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 연구의 결론대로 휴대폰은 아예 치워 버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p.55
그 시절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코카인의 효능이 월등하다고 믿었던 프로이트와 펨버턴이 정말 무지했다며 우쭐해하기 쉽다… 프로이트와 펨버턴이 코카인에 매료되었듯이 오늘날 우리는 테크놀로지에 푹 빠져 있다.
-> 프로이트와 팸버턴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는 것은 무리이지 않을까?
p.80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이 헤로인 중독에서 벗어난 것은 그들을 옭아맨 상황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 브루스 알렉산더 교수의 유명한 '쥐 공원'과 함께 중독 관련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p.99
20대 중반 무렵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처하는 법을 읽히고 청소년기에는 없었던 인간관계를 쌓는다.
-> 글쎄, 일반적인 마약 접근성은 떨어지고 대신 알코올이 활개치는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p.146
"목표 대신 체계를 세우고 살아라."
목표와 달리 체계는 강도가 낮은 희열을 꾸준히 느끼게 해준다. 도달할 방법도 없는 거창하고 대단한 목표를 세우느니 매일매일 삶을 채워 주는 소박한 일을 규칙적으로 하라는 뜻이다.
-> 알코올과 같은 물질 중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듯.
p.199
초보자에게 따라오는 운은 중독성이 강하다. 성공의 쾌락을 맛보게 한 다음 앗아 가기 때문이다.
-> 글을 쓸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좋은 피드백을 받은 글의 형태와 표현을 굳이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p.215
물질 중독은 파괴적이라는 점이 눈에 버젓이 보이지만 행위 중독은 파괴적인 행위라는 사실이 창조라는 겉모습에 가려 좀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다.
->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 중 하나이다.
p.232
<테트리스>나 <2048>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인간은 '낭중취물'과 '난공불락'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달콤한 유혹의 지점을 뿌리치지 못한다.
-> 원서에서는 'too easy'와 'too difficult'였는데 나름 맛깔나는 번역이긴 한데, 수준이 적당할지는 모르겠다. 주변에 물어보니 낭중취물은 모르는 친구들이 심심치 않게 있던데. '다시, 책으로'의 저자가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 올랐다.
p.253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맛보는 중독성 강한 일련의 자잘한 클리프행어를 제공하는 것이다.
-> 두 가지 질문, 하나는 클리프행어의 적당한 번역어는? 또 하나는 과연 쇼핑 중독이 클리프행어로 설명될까? 이다.
p.292
이처럼 초기에 적당한 고난을 체험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에게서 역경을 극복할 기회를 빼앗고 뭐든 쉽게 만드는 기기를 손에 쥐여 주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
-> TV로 만화를 보던 이전 세대와 유튜브로 만화를 보는 지금 세대 사이에는 분명 차이점이 존재할 것 같긴 하다.
p.326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게이머는 무술을 배우면 도움이 된다.
-> 헐, 이렇게 naïve한 논리 전개라니. -_-
'되새김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의 책 (0) | 2020.02.14 |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0) | 2020.02.05 |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 (0) | 2020.01.08 |
모래가 만든 세계 (0) | 2019.12.10 |
평균의 종말 (0) | 2019.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