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2019. 11. 29. 17:00관심사

저자 도널드 커시, 오기 오거스
사진 출처 : 교보문고

 

내게 재미있는 책의 기준은 취침 시간을 넘기게 만드는지 아닌지 여부이다. 이 책은 후자다. 약을 개발자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약을 발명하는 것과 실제 환자가 약을 먹는 것 사이의 간격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책의 가독성은 매우 좋다. 복잡한 화학적 내용은 많이 언급하지 않고 이야기 중심으로 풀어 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가볍거나 유치하지는 않다. 정말 필요한 내용만 쏙쏙 뽑아 전달받는 느낌? 역시 어떤 분야이든 대가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복잡한 내용을 간단하게 전달하는 것 같다.

 

도서관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끊임없이 스크리닝 하는 것이 약의 탐험가들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식물에서, 화학에서, 유전자에서, 토양에서, 동물에서, 약학에서, 역학에서, 그리고 우연으로 약물을 찾아내고, 이를 상업화 해 대량 생산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p.45
식물에서 나오는 화합물은 식물계와 동물계의 가차 없는 무기 경쟁의 산물이다... 과학자들은 양귀비가 아편을 만드는 생화학적 경로가 원래는 곤충을 물리치는 신경독을 만들기 위해 진화했다고 추측한다.
-> 식물과 동물의 차이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됨 

 

p.57
남아메리카에 있던 예수회 선교사들은 재빨리 키나 나무의 유럽 수입과 유통을 담당하는 주요 단체로 자리 잡았다.
->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데에 쓰인 키나 나무가 사실은 영화 ‘미션’의 바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이들의 생산한 악기나 과일이 본국의 시장을 교란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p.78
(에드워드 로빈슨) 스큅은 직접 개발한 혹은 유일무이한약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좀 더 일정한 약을 제조함으로써다른 공급자를 경쟁에서 눌렀다.
-> 얼마 전 읽었던 Caesar's Last Breath에서도 등장한, 에테르를 실험하다가 양쪽 눈커풀을 태워버려 평생을 검은 천을 덮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던 스큅, 같은 인물이 저자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움.

 

p. 97
현대 교과서나 약의 역사에 아스피린의 기원을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이상하게도, 대개 아이헹륀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d/t a. 몰래 실험을 진행한 아이헹륀을 상사가 용서하지 않고 신약 홍보시에 배제
b. 유대인이어서 나치가 의도적으로 다른 아리아인을 띄움

 

p.104
치료법은 형편없는 것부터 쓸모없는 것까지 다양했다.
-> 이런 블랙 유머 좋아!

 

p.142
테러리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면 안전과 개인의 자유 및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계속 잡아나가야 하듯이 위험한 약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려면 안전과 비용 및 중요한 약이 병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지연 사이에서 균형을 계속 잡아나가야 한다.
-> 복잡한 약물 개발 과정을 테러리즘에 비유한 것은 탁월하고 명쾌함.

 

p.158
1920-1940년 페니실린은 쓰이지도 않고, 사실상 연구도 되지 않은 특이한 물질 정도로 취급 받으며 실험실에 처박혀 있었다. 만약 두 이민자(하워드 플로리, 에른스트 보리스 체인)가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약은 결고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 이래서 사람이 계속 배우고 공부해야한다. 페니실린 하면 알렉산더 플레밍만 떠 올렸던 나의 무지를 반성한다.

 

p.184, 188, 202
실망과 실패로 점철된 경력으로 인해 (프레데릭)밴팅은 직업적인 면에서 얕보이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졌다... 평생 실패를 겪으며 살았던 밴팅은 (제임스)콜립을 공적을 훔치려고 끼어드는 경쟁자로 보았다... 밴팅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고 기뻐하거나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 인슐린 개발보다 더 흥미로운 인물. 처음에는 개인적 어려움을 승화하나 싶었지만, 끝까지 찌질했다. 속 좁은 나르시시즘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p.228
‘그 알약(경구 피임제)’을 개발하는 데 공헌한 다양한 인물을 보면 제품개발팀이라기보다는 어윈 알렌 감독 영화의 출연진 같다. 스위스인 수의사, 멕시코시골의 괴짜 화학자, 불명예를 안은 생물학자, 70대 페미니스트 활동가, 상속 재산으로 부유해진 여성, 독실한 카톨릭 산부인과 의사.
->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흥미로웠던 장이다. 필력이 ‘미쳤다’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공저한 저자의 힘일까? 

 

p. 248
한 친구가 묘사한 대로 맥코믹은 “크로이소스 같은 부자”가 되었다.
-> 크로이소스? 엄청난 부로 유명한 리디아의 마지막 왕이었다는데... 처음 들었다. 지식으 길은 멀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