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1. 12:31ㆍ관심사

미드 메시아 시즌 1을 봤다. 드라마의 몰입성은 매우 높다. 닿을듯 말듯 보일듯 말듯 뿌려진 떡밥을 따라가다 보니 시즌 1이 끝나 있었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면 중동에 나타난 한 남자(얼핏 봐도 흔히 알고 있는 예수의 외모)가 구세주(메시아)로 불리며 중동과 미국에서 여러 소동을 일으키는 내용이다. 설정만으로도 관련 종교의 항의를 받을 만한데, 내용 역시 그렇다. 논란을 떠나(영화는 영화일뿐!) 떠 오른 질문이 있다.
나는 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자신을 예수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일단은 사이비 교주를 의심할 것 같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예수가 수 십명 되지 않던가. 개인적으로는 정신질환을 먼저 의심할 것 같다. 이미 진료실에서 스스로를 예수, 나아가서는 하나님이라 부르던 과대 망상(grandious delusion) 환자를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CIA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위험 인물, 즉 테러리스트일수 있고, 이스라엘 요원 입장에서 보면 말장난만 일삼는 사기꾼일수 있고, 적자에 빠진 교회를 불 지르려다 이적을 경험한 목사 입장에서 보면 진짜 구세주일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신을 바라보기 일쑤다. 2000년 전 예수가 세상에 왔을 때에 그랬던 것처럼. 가만 보면, 드라마의 주인공은 직접적인 의견 제시를 하지 않는다(미국 대통령에게 전 세계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주장을 할 때 빼고). 항암 치료 중인 아이를 데리고 텍사스로 이동한 이동한 어머니 역시 아전인수격 해석을 했던 것 아닐까? 나아가 이번 시즌의 백미인 9화에서 자살테러를 감행하는 사람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정작 본질은 잊은채, 자신이 만든 환상 속에서 말이다.
제작자들의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신을 어떻게 바로보고 있나?'라고 되뇌이게 되었다.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뭐 계속 비슷한 분위기로 가다가 열린 결말로 끝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시즌 2가 나오면 정주행할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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