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읽은 책 정리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일 년 동안 읽은 책을 정리해봤다.
읽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1년의 추억도 정리되었다.
올해의 책 : 신시아 바넷의 <비>
<출처/교보문고>
작년과 다르게 분야를 나눠봤더니 조금 더 독서의 경향이 일목요연하게 파악된다.
관심 갖고 미리미리 메몰를 남겨놨더니 나름 평가의 내용도 작년보다 늘어난 듯.
<건축, 지리>
1.
도시를 짓는 사람들 이재용 , 이재유, 고병기, 권경원, 박성호, 신희철, 정순구, 조권형
우리나라 곳곳의 건축물과 그 뒷이야기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여러 챕터 중 서천
봄의 마을을 소개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 언제 직접 가서 보려나?
2.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 김세훈
상반되는 주제로 챕터를 구성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 작은 도시 보스턴에 대한 묘사는 많이
공감되었다.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는 어떻게 안 될까?
3.
종횡무진 세계지리 조철기
내용은 다소 불편하지만 가볍게 읽히는 책. 편집의 힘으로 보이는데, 깊은 내용을 바랐다면 차라리 최근에 출간된 배송 추적이 더 나을 듯싶다.
4.
태평양 이야기 사이먼 윈체스터
앞으로 저자 이름만 보고 사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두꺼운 편이지만 굉장히 잘 읽힌다. 올해 재미있게 읽은 책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저자들이 직접 다니면서 경험한 바를 책에 잘 녹여내는 것이었는데, 태평양 이야기가 바로 그랬다. 번역되지 않은 대서양 이야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
<과학>
1.
씨앗의 승리 소어 핸슨
전작 깃털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각 챕터의 마지막에서 다음 챕터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솜씨는 여전했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글에 녹여내는 재주는 아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풍성해졌다. 저자의 이름만으로
다음 책도 무조건 구매할 예정.
2.
새 노아 스트리커
내가 좋아하는 새 이야기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를 보여준 책. 조류학 외에도 심리학, 예술, 물리학 등의 여러 분야로 통섭을 이뤄낸 젊은 저자의 책.
3.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이강민
요리로 화학과 생리학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 입문용으로 소개하면 좋을 책.
4.
울트라 소셜 장대익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사회성과 관련된 여러 주제를 잘 버무려 놨다. 진화심리학입문으로
좋을 책. 한가지 불만은 책 제목. 왜 우리나라 저자가 우리나라에서
출간하는 책의 제목을 영어로 했는지. 그냥 초사회성이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었을 듯싶은데.
5.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전작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와 컨셉은 비슷하나 눙치는 부분은 줄었고, 여러 생물을
함께 소개하다보니 집중은 더 잘 되지 않아 전작에 비해 아쉬웠다. 특히 끝부분은 중요한 주제이긴 하나
글 쓰는 힘이 부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음.
6.
가장 완벽한 시작 팀 버케드
알만으로 이렇게 책 한권을 쓸 수 있다니! 전작 새의 감각과 비슷하게 과학적 발견과 저자의
경험을 잘 녹여냈다.
7.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화학책 라파엘 오몽,
티에리 막스
전작 부엌의 화학자가 분자 요리 이론편이라면, 이 책은 실전편에 가까움. 사진, 그림 매우 자세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따라서 요리를 할 사람이
많이 있을 지는 의문. 요리책 관점으로 접근하면 또 너무 두리 뭉실해서.
8.
전쟁에서 살아남기 메리 로치
세상은 넓고 다룰 주제는 많다! 누가 전쟁 관련 이야기를 이렇게 풀 줄 알았나? 저자의 기발한 착안과 꼼꼼한 조사, 무엇보다 피식 웃음짓게 만드는
글솜씨에 찬사를 보낸다(유머 코드가 우리 정서와 조금 안 맞기는 하지만)
9.
바다의 습격 브라이언 페이건
최근 기상학은 지리학과 역사학을 모르면 더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다. 고향의 쇠락함이 싫어
새만금 사업을 무조건 지지했던 젊을 적 나의 무식함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10. 좀비의
뇌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안드레아 젠틸레
여러 미드로 과학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책. 쉽고 재미있게 쓰였으나, 미드를 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질 듯싶다.
11. 피아니스트의
뇌 후루야 신이치
일단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저자가 부러웠다. 뇌과학으로 피아니스트의 뇌와 테크닉을 분석하는
접근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음악과 과학 관련해서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읽는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12. 귀소본능
베른트 하인리히
표지는 새가 나와 있지만 새 외에도 여러 동물들의 귀소 본능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있게 전개된다. 귀소가
돌아오는 개념 보다는 집이라는 넓은 개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됨. 일관적인 흐름은 부족하고, 자신의 경험과 다른 연구자의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섞여있는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13.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이원영
사이언스온에서 펭귄 이야기로 이미 뛰어난 필력을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북극 이야기.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진이 너무 좋았다. 나도 드론을 배워야 하나?
<인문, 역사>
1.
출퇴근의 역사 이언 게이틀리
내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책. 동서고금의 여러 일화를 한 주제로 잘 묶어 놨다.
2.
도시로 보는 미국사 박진빈
지리와 역사의 만남. 더구나 방문했던 도시들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대도시 소개보다 앨커트래즈와 인디언의 관계를 천착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
종이의 역사 니콜라스 바스베인스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에는 조금 무거웠지만 종이라는 흔한 주제를 전혀 흔하지 않게 잘 풀어나가 매우 재미있게 읽음. 한국의 한지도 소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국뽕다운 생각도 잠시 해 봄. 그리고
마지막 9.11 관련된 챕터는 감동 그 자체!
4. 김어준
평전 김용민
공중파까지
진출한 김어준. 그를 잘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돼지 김용민 밖에 없다. 젊을 적부터 낭중지추였던 김어준. 더럽지만 미워할 수 없다.
5.
밀수 이야기 사이먼 하비
제목과 상반되는 느낌의 표지가 멋져서 샀으나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었다. 단락
구성이 너무 짧게 되어 있어서 독서의 흐름이 뚝뚝 끊기기 때문이었다. 비문이 많은 번역도 한 몫 한
듯
6.
시험 국민의 탄생 이경숙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단순히 역사의 나열이 아니라 문제 의식과 대안까지 제안하고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7.
그리스인 이야기 I & II 시오노
나나미
같은 해에 두 권이 나온 것은 시오노 나나미의 망언 때문에 번역 작업을 끝내 놓고도 1권
출간을 미뤘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역시 시오노 나나미이긴 하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그랬지만 전쟁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글솜씨 때문에 남성팬도 많지 않나란 단순한 생각도 해 본다. 결국
정치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그녀의 의견에 동조는 하지만, 페리클레스 시대의 민주정치를 효과적인 독재정치로, 이후 우중정치를 어리석은 민주정치로 묘사하는 부분은 선별적으로 취사 선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군국주의의 옛사람 저자니까 더더욱.
8.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린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팔렸다고 한다. 디지털 피로가 극심한 우리나라여서
그랬을까? FM2와 로모 카메라를 마지막으로 썼던 게 언제더라? 하긴
아직 병원 챠트를 손으로 쓰고 있구나. 2G도 아날로그라면 아날로그라 할 수 있고. 당분간 이 정도 호흡을 유지해야겠다.
9.
언어는 인권이다 이건범
표지가 예뻐서 산 책. 얇지만 전하는 내용은 매우 진중했다. 어설프게 영어를 남발하고 다니던 나의 언어/글쓰기 습관에 대해 되짚어봤다. 가을부터 글에서 영어 사용을 매우 억제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이 글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 존경을 표시한다(오죽하면 내 삶에서 처음으로 저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0. 비
신시아 바넷
짧은 제목, 두꺼운 분량, 넘치는 감동. 올해 읽은 책 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책. 분야를 과학으로 하기도, 역사로 하기도, 예술로 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유익하면서, 다채롭고, 사실적이면서 유려했다.
저널리즘이 빛나는 책. 요즘 책상머리에 앉아서 글만 쓰는 나의 모습이 뭔가 가식적이란 느낌이
점점 많이 든다.
11. 소비의
역사 설혜심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할 때도 재미있게 봤는데, 역시 글은 웹이 아닌 책으로 봐야 머리 속에
더 잘 남는 듯 함. 일반 학계에서 경시되는 주제에 대한 진중한 접근이 돋보인 책.
12. 히트
메이커스 데릭 톰슨
외국에는 왜 이리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나? 영어 제목을 고민없이 그대로 사용한 한극 제목
빼고는 매우 마음에 드는 책.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일명 먀야(MAYA) 법칙은 여기저기 적용할 곳이 많아 보인다.
13. 코카콜라
게이트 윌리엄 레이몽
코카콜라가 진작 그런 기업인지는 알았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 했던 반역적(미국 입장에서) 행위는 깜놀이었다.
하지만 원래 머리와 마음은 따로 움직이지 않던가. 나는 여전히 펩시보다 코카콜라가 좋다.
14. 냉전의
과학 오드라 울프
밀수 이야기와 함께 유이하게 완독에 실패한 책. 내가 기대한 바는 밀리터리 느낌이었는데, 진지한 역사서였던 점이 원인으로 판단됨. 필 받으면 다시 도전할
예정.
<원서>
1.
The Athletic
Brain Amit Katwala
올해 읽은 과학 책 중 최고의 책. 신경과학으로 스포츠를 풀어내는 저자의
독특한 접근과 실제 방문, 인터뷰로 생생하게 주제를 풀어내는 저널리즘이 한데 어우러진 수작.
2.
Spitting in
the Soup Mark Johnson
과학/심리 관련 원서와는 영어 자체가 다르다. 영문학과 저자의 영어여서 그랬나? 도핑을 찬성하는 논리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나, 주로 흥분제와 EPO만 근거로 내세우는
제한점이 있음. 스테로이드는?
3.
Finding
Sanity Greg de Moore, Ann Westmore
영어 실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 또 다른 책. 영국 저자 책까지는 어떻게 읽겠는데, 호주 영어는 또 다른 벽을 느꼈음. 리튬의 의학적 역사를 알고 싶은
관련 업자 용도 책.
4.
Run, Swim,
Throw, Cheat Chris Cooper
도핑의 생리학적 측면과 관련해 학술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쓰여진 책. 저자의
전공을 살려 약물 검사가 실제 이뤄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챕터가 특히 유익했다.
5.
Mirror touch
Joel Salinas
공감각에 관심 많은 내가 지켜보던 젊은 의사의 첫 책. 일반인의 눈에 신기한
주제여서 책을 덥석 잡게 만들 수는 있어 보이지만, 끝까지 읽게 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개인의 자서전과 신경 과학을 교차 편집하면서 한데 담으려는 욕심이 빚어낸 예견된 사고로 보여서 안타까웠음.
6.
The Dirtiest
Race in History Richard Moore
우리 나라 사람에게 너무 친숙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관심
받았던 남자 100미터. 세기의 두 선수에 관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서 유익했다. 그리고 둘 모두 공감하게 되었다.
<심리>
1. 부동의 심리학 사이언 베일럭
베일럭 교수가 천착하는 주제 사이의 사연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수능 볼 때 혹은
인터뷰 다닐 때 읽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을 책인데, 촌스러운 편지가 옥에 티이다.
2. 너브 테일러 클락
부동의 심리학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 저자가 작가여서 그런지 부동의 심리학보다 덜 딱딱하고, 일화가 더 많은 편. 스티브 블래스의 입스 극복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3. 마음에는 괴물이 산다 한덕현
비슷한 주제를 다뤘기에 어쩔 수 없이 위의 두 권과 비교가 되는 국내 저자의 책. 국내에서 제작되서 그럴까? 심리학과 스포츠 정신의학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차라리 한 쪽으로 밀고 나가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난센스 제이미 홈스
가끔 자기 계발 쪽에 보물 같은 책이 꽂혀있는 경우가 있다. 이게 왜 자기 계발이지? 불확실성을 주제로 차근차근, 예화를 들어가면서 설득력있게 논지를
전개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종결 욕구는 내 일상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더더욱.
5. 불을 훔친 사람들 스티븐
코틀러, 제이미 윌
플로우에서 한발 더 진화한 개념이 엑스타시스! 일종의 무아지경, 황홀경과 생산성과의 관계를 설득력있게(자기 계발서 답게!) 적절한 예화로 설명하지만, 미국/서구
사회적 시각을 바로 우리 사회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을 자아냄. 특히 LSD, MDMA 같은 마약마저 긍정적으로 해석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음.
6. 쿨하게 화내기 로버트 네이
병원에서 분노조절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 여타 유사한 주제의 책처럼 설문, 사례, 지침이 예화와 함께 소개.
정작 옹졸한 나의 분노 패턴은 크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함정.
<예술>
1. 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흥미로운 접근의 책. 화이트 칼라 범죄의 역사를 잘 개관해 놨다.
2. 힙합
김봉현
힙합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 책. 여전히 힙합을 듣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힙합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해졌음.
3. 한국
힙합 에볼루션 김봉현
국내 힙합 음악가를 개별적으로 다룬 책. 딱딱하지 않게 잘 구성했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저자의 다른 책 내용과 완전히 겹쳤다. 인용 표시가 없으니 일종의 자가 표절인데, 예술 분야 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4. 걸작의
비밀 존 니키
흥미롭게 읽었다. 왜 걸작인지 도통 모르겠던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걸작의 정의가 시대에 따라 바뀌는 만큼 예술 작품을 대하는 나의 주관적 틀에 너무 회의적 시각을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