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아이리시맨

Hamelin 2020. 1. 16. 12:29

감독 : 마틴 스콜세이지
배우 :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등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극장에 보지는 못하고 집에서 넷플릭스로 봤다. 일단 감독과 배우들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배우들은 연기를 잘 해도 너무 잘 한다.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게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특히 로버트 드니로(프랭크 시런)가 알 파치노(지미 호파)를 복잡한 감정으로 쳐다볼 때나 가족을 위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언어도단의 감정을 나타낼 때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어렸을 때 본 <미션>에서 노예상이었다가 동생을 죽인 후 자신이 죽이던 원주민의 용서를 받아 회한의 눈물을 흘릴 때 대사 없이 흐느낌만으로도 감동을 전해주던 로버트 드니로(멘도사 신부)의 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알 파치노나 조 페시의 연기가 못 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냥 내가 로버트 드니로 팬이기 때문에 편파적으로 평을 남길 수 밖에 없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연출은 치밀하다. 극의 시대를 현대, 과거, 오래 전 과거를 교차 편집하며 한 범죄자의 잔인한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게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명감독인 것 같다. 마블 시리즈를 깔(?) 자격이 충분히 있고, 이게 바로 서사이고, 영화다라는 것을 작금의 영화계에 직접 보여준다.

 

영화의 속도 때문에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아마 미국인이었으면 영화가 더 쉬웠을 것 같다. 미국 현대사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일종의 <포레스트 검프>의 어두운 버전? 이런 느낌이 계속 들었다. 또 지미 호파는 어떤가? <브루스 올마이티> 초반부에서 짐 캐리(브루스 놀란)이 신의 능력으로 갑작스럽게 해결한 미제 사건이 바로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던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이었다.

 

끝으로 전문적인 내용 하나. 감옥에서 프랭크 시런은 관절염으로 고생하지만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우려 때문에 지팡이는 사용하지 못한다. 이 때 이렇게 말한다.

 

"There was this medicine, Neurontin, it helped me a little bit, but it also made you loopy."

 

뉴론틴의 성분명은 가바펜틴(gabapentin)이다. 뇌전증(epilepsy; 간질) 약으로도 쓰이지만, 신경병증(neuropathy) 통증에도 쓰인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졸립고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시런도 loopy란 단어를 사용한 것 같다. 늘 그렇지만 의사들은 부작용을 알고 있으며, 이를 감안해 약물 처방의 득실을 고려한 뒤 환자에게 준답니다~(기승전 전공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