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언더그라운드
감독: 마이클 베이 배우 : 라이언 레이놀즈 등등
그림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스포 살짝 포함)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여된 영화라고 한다. 나는 마이클 베이가 감독한 영화라길래 고민 없이 봤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쁜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그의 영화는 안 본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검색해보니 13시간만 안 봤다. 최근에는 계속 트랜스포머만 만들어서 사실 불만이긴 했다. 내가 로봇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자고로 로봇 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 봐야지!)
세상과 인연을 끊은 6명이 나름 정의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내용인데, 수호자 두 번 하다가는 성할 도시가 없을 듯싶다. 피렌체와 홍콩을 때려 부수고, 투르기스탄까지 뒤집어 놓는 것은 오히려 파괴자 아닌가? 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잠깐. 언제 베이 감독 영화를 의문을 갖고 봤던가? 90년대 베이 감독의 영화 스타일인데, 장면 전환은 훨씬 빠르고, 만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고 아주아주 잔인하다.
초반 피렌체 장면은 영화의 시작 부분이라기에는 너무 길다. 왜일까? 넷플릭스라는 OTT의 매체의 특성이지 않을까?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보는 사람들은 초반에 지루하면 재생을 중단하고 다른 영화로 넘어가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막으려면 초반에 물량 공세를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님 말고. -_- 뒤에서 배 자체를 강한 금속으로 만드는 부분도 인상 깊긴 했다. 과학적으로 실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불편한 부분은 한 나라의 독립이 서구의 선각자를 통해 이뤄지는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다. 아주 오래 전 롤랑 조페 감독의 <시티 오브 조이>를 보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 다시 떠 올랐다. 헐리우드에서도 열풍인 PC가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 베이 감독의 영화라니까? 그렇긴 해도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것이다. 생각 없이, 신체 훼손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killing time 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더. 한국 포스터는 “2019년의 마지막, 모든 게 터진다”이고, 미국 포스터는 “아무도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 아무도를 만나보라(They say no one can save the world. Meet no one.)"이다. 어차피 다 때려 부술 거긴 하지만, 뭔가 미국 포스터는 그래도 조금 있어 보이는 체를 하려 했다면, 한국은 아예 대놓고 그 부분을 홍보한 것 같다. 이유가 뭘까? 갑자기 궁금해졌지만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기로 했다. 왜? 베이 감독 영화니까.